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나이 쉰이 되기전에 결정해야할 일중의 하나, 염색

안동꿈 2012. 5. 26. 14:02

사람마다 머리가 희어지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마흔을 넘어서면 새치 몇 가닥에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내 나이 마흔 중반인데, 주위에는 벌써 염색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 염색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급격하게 눈이 나빠진걸 호소하기도 한다.

 

나이들면 흰머리 되는건 당연지사이니, 건강상 여러가지 불편이 있어도 염색을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아야할지를 지금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염색을 한번 시작하면 중단할 수가 없다. 검은 머리에 익숙해진 주위 사람들에게 갑자기 백발로 나타난다면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백발은 주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신도 익숙하지 않고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든을 넘긴 어르신들도 염색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일간지에 강경화(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씨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대단히 똑똑한 여성으로 미모 또한 뛰어난 분이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

 '웬 할머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카락이 하얗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친정엄마가 민망해 죽을 노릇이니 제발 염색 좀 하라셨단다. 그러나 2008년 새해 결의 중 하나로 정한 게 염색 안하기였다며 본모습을 뭔가로 가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한다. 강경화씨가 있는 제네바는 워낙 다양한 인종에 머리 색깔이 천차만별이라 반백 머리에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고 하니 염색에 대한 결심이 그리 힘든 결정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나라 정서로는 염색을 하느냐 마느냐 결정하는 것이 나의 선호로만 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직장상사나 주위 선배들이 모두 염색하여 젊은 사람처럼 다니는데 혼자 반백으로 다니는 것이 건강상 문제나 자기 기호로 얻는 유익보다 훨씬 많은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반백의 강경화씨의 모습이 추하지 않고 무척 당당하게 보였다. 우리나라도 이제 머리카락에 대해서 좀 더 정서적으로 다양하고 개방적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으로도 더 나이가 들기전에 염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머리카락이 희어져 올 때 염색을 하지않고 지낼 용기가 있을까. 

 

이 시점에서 유대의 한 지혜로운 부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엄청난 부자임에도 늘 가난한 차림으로 다니길래 사람들이 물었더니

답하기를

" 내가 평상시에 부유하게  차려입지 않는 것은 내가 부자인걸 주위에서 다들 알고 있으니 굳이 치장을 할 필요가 없고

또 낯선 곳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니 굳이 치장할 필요가 없다."

라고

 

염색에 대해서 이 이야기를 적용해 보면

" 내가 많이 늙지 않았음을 주위 사람들은 알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염색을 할 필요가 없고, 또한 낯선 곳에 가면 아무도 나를 모르니 염색을 하여 더 젊게 치장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

라고. 그것도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