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남편은 교회 제자를 만나 울산에서 있는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오후 늦게 사무실에서 돌아와 남편에게 잘 다녀왔느냐고 물었더니, 혼자 갔다왔다고 한다. 놀라서 묻는 내게, 더 지체했다간 결혼식이 다 끝날 것 같고, 또 약속시간을 자주 어기는 이 친구에게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좀 기다리다가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고 한다.
평소 너무나 착한 이 친구를 알고 있는 터라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동안 남편을 나무랐다. 얼마나 놀랐겠느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면 되느냐 면서...
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이 여리다.
나는 마음 여린 사람들의 심정을 안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자신이 결심하고 결정한대로 흔들리지 않고 일을 추진하게될 확률이 비교적 낮다.
내가 세워놓은 계획이나 내 소유물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때문에 자주 손상을 입게 된다.
내 계획이나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완고할때 자연히 남의 계획 남의 소유가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그 일을 감행하지 못하는 편이다.
가끔은 이런 오류도 범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대체로 잘 모른다. 아니, 우리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를때가 많다. 그런데 '저 사람은 지금 이걸 원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걸 더 좋아할 것이다.그런데 말로하기 미안하여 가만히 있는 것일거다.' 라고 생각하며(그런 생각들은 대체로 자신이 남들에게서 바라는 것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시간과 계획과 소유들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아주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요즘 세태에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나는 그런 복잡한 동기에서 그런 여러 다양한 행동이 나온다고 본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남에게도 엄격한 것 같다. 자신의 계획과 시간을 지키기 위하여 엄격하게 적용함으로 그와 연관을 맺고 있는 상대방도 엄격함에 동참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계획한대로 시간도 일도 진행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그 마음 여린 사람들의 지켜지지 않는 약속시간의 원인이 반드시 자신의 게으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기에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엄격한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흔들림없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면 몹시 부럽다. 물론 그들이라고 갈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주위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을 견뎌야 할 것이다. 자신은 정당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정직하게 행하지만 끊임없이 주위로부터 비난의 눈총을 받는다.
오히려 당장의 호감과 칭찬을 듣게되는 쪽은 남에게나 자신에게도 너그러운 사람일 것이다.
대체로 부드러운 성격의 사람들은 관계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타고난 성향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지만 나이를 더하면서 중용의 덕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녁강가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통의 이유 (0) | 2012.07.26 |
---|---|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 (0) | 2012.07.21 |
여직원이 좋아하는 남자상사, 남자직원이 좋아하는 남자상사 (0) | 2012.06.07 |
커피 한잔의 감사 (0) | 2012.06.03 |
나이 쉰이 되기전에 결정해야할 일중의 하나, 염색 (0) | 201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