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를 하면서 만난 젊은 친구들의 말이다.
지금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 친구는 야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총무일을 맡고 있기때문에 업무상 자주 만나게 되었다.
업무상 만나도 업무이야기만 할 수 없으니, 고3 딸이 있다는 내 말에
"저는 고 3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그 다음이 군에 있을 때고요"
누가 들으면 '재수없어' 할 상황이지만,
그 친구의 설명인즉
이것저것 눈치보고, 갈등하며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없이
그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선생님과 부모님께 칭찬받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그때가 얼마나 편하고 좋을때냐는 것이다.
듣고보니,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비록 노력해도 성적도 안나오고, 피곤하고 졸리며 답답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분명히 기억에 남아 있지만 이 친구의 말이 공감이 가는건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많아지고 의무도 많아지고, 행동의 제약도 늘어나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한 친구는 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채용한 기간제 근로자 이야기이다.
지역에서는 최고의 대학 교육학과 졸업을 한 달 앞둔 젊은이로, 일하는 것이나 생활하는 것이 성실하고 예의 바르다.
외근중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이 친구도 '고등학교때 공부할 때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학교 다닐때는 과외도 많이 하여 넉넉하게 지낸 것 같았다.
막상 졸업을 앞두고 보니 취업의 문턱은 한 없이 높더란다.
이런저런 젊은이들의 고민과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깨달은 바는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다닐때는 공부만 잘 하면 만사 오케이인 것 같은데,
부모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것이 평생 오케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본 사람만이 어느 시점에서는 빠르게 달려갈 수 있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통계적으로 학생때 공부잘하는 사람이 나중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 평탄하고 잘 닦여진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 남의 길인 경우가 많다. 그 길에서는 남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지라도 자신은 결코 행복하기만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 누구나 인정해야하는 진실이다.
그러니 단지 부모의 만족을 위하여
고민많고 갈등많은 청소년기의 자녀를 닥달하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인생의 기나긴 여정이 결코 지금 우리 눈 앞에 보이는 것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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