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저녁에
하루의 모래시계 다 내려온 후
천천히 걷는 퇴근 골목길에선
행복이 눈발처럼 몸에 내린다
눈빛도 손짓도 날카롭던 낮에는
숨어있던 행복이
이제야 살금살금 기어나와
내 어깨에, 내 손등에 올라탄다.
넝쿨장미가 정갈한 벽타고 흘러내리는 골목에선
이름모를 이의 흘러넘친 행복도
주머니에 주워 담는다.
시장 어귀,
허리 굽은 할머니의 고단한 쑥과 달래를
주머니 속 내 작은 행복과 바꾸어
시장 바구니에 담아온다.
봄날저녁
집으로 가는 길은
키작은 행복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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