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사람에게 진실만이 전부인가.

안동꿈 2013. 7. 22. 18:30

사람을 대할때 진실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가슴아프게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 느끼는 일 중에 하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도 괜찮았던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의 환경 속으로 들어갈  때 늘 느끼는 감정이다.

 

 

나는 낯선 사람들을 대할때, 그 사람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것을 나의 양심상 옳지 못하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처음 대할 때는 늘 진실은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그 진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또한 이 세상의 이치였다.  악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동 대신 나의 성실을 대체하려 하고, 그들의 허영에 나의 겸손을 이용하려 한다.

 

나는 나의 성실과 겸손이 상처를 입은 후에야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후회하곤 했다. 내가 상대방의 유형을 파악하지 않고 그저 동일하게 대하는 것은 나의 게으름탓인지도 모른다. 그저 진실만 선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지혜없음에 대한 변명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성인(聖人)이라도 되어서 그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 바에는 그들의 악이 활개를 치도록 두는 것은 오히려 선이 아니라 악이라는 걸 자신에게 인식시켜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악을 고요히 자신 속에 묻어둘 수 있도록 나는 나의 방패와 창을 들고 나의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 방패와 창을 감당하는 일을 귀찮아하는 것은 나의 게으름일 뿐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어쩌면 그들은 상대방의 부드러운 진실 앞에서 보다 딱딱하고 강한 창 앞에서 더 진실을 드러내는 유형일 수도 있겠다. 내가 여태  잘 몰랐지만 그런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성장소설의 주인공처럼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성장통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