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선물 때문에 고민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좋아할 것을 골라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기가 쉽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2월엔 내 생일이 들어 있다.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설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딸들의 주머니에 아직 새뱃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실속있는 생일선물을 꽤 받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언제나 처럼 남편은 가족들 외식비를 대고 아이들은 돈을 모아 생일선물을 준비했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서로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걸 보면 아직 나 몰래 의논할 게 남았나 보다.
딸들의 말에 웃음이 난다.
엄마 생일 선물은 고르기가 쉽단다. 엄마는 평소에 필요한 것도 잘 사지 않기 때문에 사 줄게 많단다. 이번 생일 선물로는 속옷을 사준다. 며칠 전에 가족들이랑 마트에 갔다가 내가 속옷을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안사고 돌아오는 걸 눈여겨 봤나 보다.
비싼 속옷 세트랑 낱 개로도 하나 더 산다고 하기에 내가 말리느라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딸들의 지출은 결국 나의 지출과 긴밀히 연관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결국 딸들이 원하는대로 하고 난 후 나는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대부분이 선물로 받은 것이다.
가방은 몇 달전 백화점 상품권이 생겼다고 남편이 해준 것,
지갑은 직장 동료가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한다고 사서 나눠 준 것,
가죽장갑은 직장 후배가 해준 선물,
스카프는 20여년 전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이 사준 것,
바지와 외투는 딸들이 해준 생일 선물,
신발은 2년쯤 전 남편이 해준 선물 등...
이젠 속옷까지 선물로 갖춰 입고 보니 새삼 내가 부러울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위해서 차마 사지 못한 것, 그 결핍이 행복과 사랑의 도구가 된 셈이다. 선물도 사랑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므로 받는 것 만큼 주는 것이 행복하리라.
선물의 장점을 한번 헤아려 보았다.
선물은 내가 나를 위해 살 때보다 훨씬 비싼 것일 때가 많다(이 항목은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선물은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걸 기억하게 한다.
선물은 준 사람의 정성을 기억하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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