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서 냉이를 잠시 본 후 줄곧 냉이 생각이 났다.
어릴적, 아직 언 땅이 다 녹기도 전에 친구들이 냉이 캐러 가자로 몰려 오면 호미들고, 바구니 하나 끼고 들로 나가곤 했다. 그때로부터 사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냉이하면 마음이 설렌다.
냉이 캐러 같이 가자고 불러줄 친구도 없고, 지척에 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편에게 무턱대고 냉이 캐러 가자고 졸라 보았다. 차를 타고 근처 두구동이라도 한번 가봐 달라고... 그래서 지난 토요일엔 우리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곳, 지난 가을 밭뙈기 조금 얻어 배추를 심어 거둔 두구동 주말농장을 찾아갔다. 의외로 밭두렁에 냉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냉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냉이에 대한 추억도 없는 남편은 차에서 음악이나 듣고 있겠다고 하여 나만 혼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냉이를 캤다.
요즘은 마트나 시장에 가면 냉이가 지천으로 나와 있지만, 그게 맛이 없어서도 믿을 수 없어서도 아니다. 봄나물 캐는 것은 나물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추억이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들이나 소풍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밭 가엔 매화가 피었고,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는 들에서 추억에 젖은 아낙네가 냉이 캐는 모습이야 아름다운 풍경화지만, 지나가는 승용차 안에서 보내는 행인들의 시선이 무척 낯설다. 나의 추억 더듬기는 늘 이렇듯 촌스럽다. 남편의 시선까지도 낯설고 억울하게 느껴질 즈음 아직 더 캘 냉이가 남아 있지만 나는 일어서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집 근처 마트에서 남편은 굳이 채소코너의 냉이 묶음을 가리켜서 3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내게 확인하게 한다.
봄이 왔다.
봄은 찾아 나서지 않으면 어느새 가버리고 만다.
천천히 천천히 왔다가 실컷 놀다가는 고향 시골마을에서야 관심 갖지 않아도
우리 곁에 와서 코도 간질이고 귀도 간질여보지만 도시에서는 아니다.
그건 내가 스물에 고향 떠나오면서부터 느껴온 바다. 그래서 나는 봄기운이 느껴질라치면 봄 맞으러 간다. 봄맞이에 나물캐기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봄을 만나고 왔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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