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수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스무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겨울 옷을 정리하며 주머니마다 들어있는 손수건을 꺼내서 빨았더니 이렇게 모였다.
십 년도 훨씬 전이었을 것이다. 연로하신 교회 집사님 한 분이 손수건을 선물해 주셨다. 손수건 두 장이 같이 들어있는 세트를 너 댓개 선물로 주셨으니 선물치고는 남달랐다. 그 분은 사모가 기도를 많이 하니 손수건이 많이 필요하리라 생각하신 것일까, 아니면 기도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 주신 것일까. 어쨌거나 지금 돌아보면 그 분의 손수건의 용도는 기도라는 게 더욱 분명해진다.
내게 손수건이 많아진 이 후일 것이다. 나의 기도가 눈물을 동반한 것이.
언젠가 부흥회 강사로 오신 유명하신 목사님이 당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시는데, 어느 날 교회에서 기도하다가 눈물콧물이 펑펑 쏟아지는데 닦을 게 아무것도 없더란다. 그래서 양말을 벗어서 닦았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눈물이 찔끔 날 때는 손으로 찍어내도 되지만 눈물콧물이 하염없이 쏟아질 때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주님이 가까이 오셔서 위로하시고 은혜 베풀어주시는 그 감격의 순간에 눈물콧물 때문에 중단한다거나 방해가 된다는 건 이만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도 언젠가 손수건이 주머니에 없을 때 그 목사님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양말을 벗어 닦았던 적도 있다. 그 이후로 나는 교회갈 때는 항상 손수건을 챙겨서 가고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주머니마다 손수건을 넣어 놓는다.
그 많은 손수건도 남달리 애착이 가는 게 또 있어서, 낡아 찢어진 것은 꿰매어 써보기도 했다. 가끔 하는 쇼핑중에도 손수건은 늘 내 눈을 끈다.
여태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그리고 주님 앞에 설 때까지 나의 주머니에 늘 손수건을 준비할 것이다. 매 순간마다 다른 음성으로, 다른 빛으로, 다른 눈물로 찾아오시는 주님을 나는 늘 손수건을 준비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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