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생각을 멈추는 법

안동꿈 2018. 9. 3. 22:59

나이 쉰이 넘어가니 불편한 것 중에 하나가 잠이다. 잠잘 시기를 놓치고 나면 잠들어야 한다는 의지와 잠들지 않는 몸이 서로 팽팽한 긴장 상태에 놓인다. 또래들을 만나도 밤에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함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 꼭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나 걱정거리가 있으면 잠자리에 누워도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들의 전쟁에 그 숭고한 잠이 들어설 틈이 없다. 또한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자야만 한다는 강박은 마치 그 전쟁을 부채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쉬이 잠들지 못한 잠자리에는 시공을 초월한 온갖 생각들이 마치 놀이터를 만난양 찾아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밑도끝도 없는 생각들의 생멸을 마치 문제 해결자인양 귀하게 취급하는데 있다. 그 분주한 생각들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도록 미궁속으로 빠뜨릴 뿐이다. 더욱이 몸의 노곤함과 무기력함은 그 생각들을 더 어두운데로 이끄는 것 같다. 잠들지 못하는 몸과 복잡한 생각들의 이 헛된 대치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최근에 나는 잠자리에서 '유레카'라고 외칠만큼 놀라운 경험을 했다. 잠들지 못하고 생각들이 마음대로 활개치며 돌아다닐 때 나는 그것들을 어쩌지 못한다고 속단했었다. 막연하게 '생각'이라는 이 무형의 존재는 당연히 내 통제 밖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 생각들을 멈춰봐야겠다고 판단했더니 나의 의지에 따라 그 생각의 패거리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골치아프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들은 계속 남아있다. 그러나 계속 생각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지금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는 결정이 그런 의지를 갖게 했던 것 같다. 지금껏 왜 한번도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생각들을 몰아내고 머리가 맑아진 후에는 바로 잠이 들었다.

 

요즘은 매일 잠자리에 눕고, 생각들이 들어올 때 몰아내면 곧 바로 잠이 든다. 아직 많이 늙지 않아서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머리가 복잡하고 쉽게 잠들지 못할 때 생각들을 몰아내고 머릿속을 정리해 보기를 권한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생각들은 쉽게 의지를 따르는 것 같다. 의지란 놈은 잡다한 생각의 패거리들보다는 확실히 서열상 위에 있는 게 아닐까.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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