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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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행복은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횡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는 작은 일들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젊은이에게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면도칼 사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천 기니아를 주는 것보다 그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 돈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없어지게 마련이고 남는 거라곤 잘못 썼다는 후회뿐이다. 그러나 면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이발소에서 한없이 기다리거나 더러운 손, 입 냄새, 무딘 면도날 같은 것 때문에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편한 시간에 면도할 수 있으며 좋은 면도칼로 얼굴을 다듬는 기쁨을 매일 맛볼 수 있다. 내가 몇 페이지에 걸쳐서 길 포장 얘기나 가로등 얘기를 장황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내가 수년 동안 행복하게..

맛있는 문장 2021.11.02

사람에게 보이려고...

산상수훈에는 선을 행할 때에든지, 기도할 때에든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고 하늘에서 받을 상이 없다고 말씀한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는 이 진리를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우리의 선과 의를 알리려고 한다. 마치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선은 사라져 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긴다. 내가 한 착한 일, 내가 품은 선한 마음... 남들이 모르고 지나가 버리면 손해본 것 같아 어떠한 방법으로든 알리려고 기회를 엿본다. 자랑하면 재수없으니, 눈치 못채게 은근슬쩍 찔러넣는다.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칭찬이 돌아오고, 존경해 마지않는 눈빛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잠깐 잔고가 있던 통장이 금방 고갈되어 버리는 형..

작은 신앙고백 2021.10.24

존 템플턴

존 템플턴을 읽었다.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템플턴상을 제정한 사람이다. '감사하는 마음과 겸허한 신앙으로 살아온 월 스트리트 최고의 투자가' 책표지에 적힌 그에 대한 서술이다. 그는 성공한 투자가로서 큰 부와 성공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부를 인류를 위해 투자하였다. 이 모든 위대한 업적과 더불어 신앙을 통한 영적인 통찰력은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영적인 존재로서 삶을 충만하게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은 다름아닌 자기중심주의 때문이다. 신의 창조물인 우리에게 가장 큰 원죄는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물주 앞에 늘 겸허할줄 알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을 향한 겸허한 자세는 우리의 영혼이 축복을 받는 ..

즐거운책읽기 2021.10.09

공부(工夫)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국어사전에 나오는 공부의 정의다. "배운다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을 나의 오감을 통해 습득하여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되는 것을 말하며, 익힌다는 것은 배운 것, 습득한 것을 내 걸로 이해하고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통로는 공식적인 교육 교재를 제외하고도 실로 다양하다. 책, 각종 미디어, 주위 사람들, 바람 불고 비 오는 자연 현상까지도...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다양한 정보들은 뇌와 심장의 강도높은 정제과정을 거쳐(한마디로 익혀서), 핵심 보물창고(가치체계 또는 가치관)로 보내진다. 이 익히는 과정없이 날 것 그대로 보물창고에 던져진다면 아마 기존의 것도 부패시켜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뇌와 심장의 정제과정을 사색 또는 숙고라..

저녁강가 단상 2021.10.06

비 온 뒤에

며칠 비가 많이 내렸다. 출근길에 불어난 물이 시원하다. 흙탕물과 맑은물 사이의 약간 푸르스름한 물빛깔이 어릴적 고향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여름이면 한 두 차례 무지막지한 비가 쏟아졌다. 비가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방과 마루를 오가며 비가 그치기만 기다렸다. 비내리는 며칠동안 적막한 시간을 보낸 후 해가 쨍하고 뜨면 밖으로 달려나간다. 우리가 다니던 골목엔 새로운 개울이 생겼고, 빨래터가 있던 시냇물은 강이 되었다. 늘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니 반가운 마음에 겁없이 달려들기도 한다. 그랬다간 예상치못한 물살에 넘어지기도 하고 휩쓸려가기 일쑤다. 그와중에 물살이 뺏어간 신발 한 짝에 가슴 아픈 적이 많았다. 차마 버리지 못한 남은 한 짝이 집집마다 툇마루 아래 뒹굴곤 했다. 비가 온 직후엔 산골짜기에서..

두 도시 이야기 by 찰스 디킨스

누가 ‘고전하며 읽는 것이 고전’이라고 했던가. 찰스 디킨스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좇아가다보면 어느덧 인생의 묵직한 진실을 우리 앞에 남겨두고 마지막 책장을 덮게 한다. 매일의 생활이 가볍다고 느껴진 어느 날, 고전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그때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찰스 디킨스에 끌려, 위대한 유산을 거쳐 두 도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주류 귀족 사회에서 노동과 인권을 착취 당하던 농민들이 자유와 평등, 박애를 외치며 일어난 프랑스 시민혁명. 그러나 그들이 정의라고 외쳤던 혁명의 한가운데에는 그들이 그토록 증오했던 저들의 악이 고스란히 놓여 있음을 보게 되었다. 후작 형제의 호기심과 쾌락으로 인해 한 농민 가족이 몰살되는 그 처참한 이..

즐거운책읽기 2021.08.02

인사의 형식과 내용

팀장으로 있는 한 후배가 어느 날 불만을 터트렸다. 팀원들이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할 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일에 집중하다가 인사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조금도 없이 자기들은 할 바를 다 했다는 식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인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나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아침 저녁 인사. 정말 상대방이 안녕한지 궁금할 사람이 있을까? 인사때마다 마음을 다해 인사하는게 가능할까? 꼭 그래야만 인사의 가치가 있는 걸까? 인사의 형식과 내용의 경계는 어디쯤인가? 눈을 마주치고, 웃음 짓는다고 그게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형식이 아닐까? 서로 출근한 모습, ..

저녁강가 단상 2021.06.09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by 조우성

누구나 자신이 한 만큼의 보상을 받고 그 결과를 예측하며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팀장이 된 후에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통제할 수 있어야 주어진 과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의 성실함이 팀장일 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숙한 팀원의 일을 ‘나에게 넘기라‘하여 해내는 것이 성실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더 들더라도 하나씩 챙겨 가르치는 것이 성실함일 것이다. 기한이 임박한 업무에 대해 조바심을 드러내지 않고, 팀원이 기한 내에 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리드하는 것 또한 팀장의 성실함이었다. 그런 고민 중에 집어 들게 된 것이 이 책이었다. 리더, CEO, 군주. 이 책에 주로 등장하는 용어이다. 고작 다섯 팀원의 팀장인 내가 대하기엔 매우..

즐거운책읽기 2021.06.07

인생독본 by 톨스토이

인생독본. 인생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인생의 한가운데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톨스토이가 인생의 말년에 15년을 들여 완성한 책이다. 평생에 읽은 동서고금의 철학, 종교, 문학, 교육, 사상, 역사 등을 총망라하여 정수만 모아 인생의 진리를 파헤쳐 보려 하였다. 매일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1년 동안 일기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아닌 여러 사람이, 더 많이 사색하고 고민한 사람이,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고, 그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우리라는 것은 당연하리라. 정확한 답은 아닐지라도 근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서고금의 성현들의 주옥같은 글이, 때로는 그 말이 그 말 ..

즐거운책읽기 2021.05.07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는 아침 스트레칭

아침 스트레칭을 시작한지 만 7년이 넘었다. 그간 옮긴 부서만 네 곳이다. 부서를 옮길 때마다 나만의 은밀한 스트레칭 공간을 물색한다. 업무 시작 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팔을 들어올리고 다리를 늘이는 동작이 누군가의 눈에 띄면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나름 BGM도 흐르게 하려면 공간 확보는 필수이다. 지금 근무하는 부서로 옮겨서도 나름 적당한 공간을 찾았다. 그날도 스트레칭을 마치고 약간의 상기된 얼굴로 나오던 중 과장님과 딱 마주치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부서 직원들과 같이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신다. 메신저를 통해 동참할 직원을 파악하였고 마흔 이상과 여직원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대여섯명이 구성되었다. 스트레칭 시작은 업무시작 20분 전, 장소는 과장실이다. BGM은 자연스럽게 막내..